무덤에 부채질 - 들려주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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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부채질

무덤에 부채질

어느 날, 장자는 한적한 길을 산책하다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상복을 입은 한 여인이, 막 쌓은 무덤 앞에서 쉼 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은 이미 불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장자가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그 무덤에는 누가 잠들어 있습니까?”

 

여인은 담담히 대답했다.

“제 남편입니다.”

 

장자는 또 물었다.

남편이 화병으로 돌아가셔서 그 화를 식혀 드리려고 부채질을 하시는지요?”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녜요. 남편은 술에 취해 물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장자는

물에 빠져 돌아가셨다 하니 남편 몸의 물기를 바짝 말려 하늘나라에 보내시려고 부채로 부치고 계시는군요?”

 

여인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녜요, 제가 부채를 부치고 있는 것은 남편의 시체가 아니고 무덤의 흙입니다.”

 

장자는

아니, 무덤에다 부쳐요,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여인은

남편은 죽기 전, 무덤의 흙이 마르기 전까지는 다른 사내에게 시집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녀는 부채를 멈추지 않은 채 덧붙였다.

그래서저는 그 약속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려는 것입니다.”

▶ 인간 욕망의 솔직함과 '위선'에 대한 조롱

☞ 인간의 '본능적 욕망' : 하루라도 빨리 새 출발을 하고 싶은 욕망

장자는 유교적인 '형식적 예법'이나 '강요된 정절'이 인간의 참된 본성을 가로막는 위선일 수 있음을 말함.

여인은 남편과의 약속(형식)을 어기지는 않았으나, 그 약속을 빨리 끝내기 위해 부채질이라는 기이한 행동을 함 명분과 실리 사이의 모순을 극도로 풍자.

 

▶ '약속'과 '집착'의 덧없음

☞ 죽은 남편은 "흙이 마르기 전까지는 가지 마라"는 유언으로 아내를 구속

죽은 자가 산 자를 소유하려는 집착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줌.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붙잡아두려 했지만, 아내는 그 ''을 말리기 위해 부채질을 함 마음이 떠난 자에게 형식적인 약속은 아무런 힘이 없음을 역설.

 

▶ 장자의 핵심 사상 : '안명(安命)'과 '달관(達觀)'

☞ 장자는 이 광경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훗날 자신의 아내가 죽었을 때, 장자는 슬퍼하는 대신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름 (고분복가)

장자는 생로병사와 인간의 감정 변화를 대자연의 순리로 봄.

여인의 부채질을 단순히 '부도덕함'으로 비난하기보다, 변해가는 인간의 마음과 상황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바라본 것.

억지로 붙잡으려 해도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깨달음을 전함.

장자(莊子, Zhuangzi)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후기(기원전 약 369~286년경)의 대표적인 도가(道家) 철학자. 본명은 장주(莊周)이며, “장자(莊子)”장 선생이라는 존칭. 노자(老子)와 함께 도가 사상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노장사상(老莊思想)의 핵심 인물로 평가.

 

1. 장자의 생애

▶ 출신 : 송(宋)나라 몽() (현재 중국 하남성 상구 또는 안휘성 일대) 출신.

▶ 직업 : 젊었을 때 고향에서 칠원리(漆園吏)라는 작은 관직(옻나무 숲 관리)을 잠시 지냈으나, 곧 사임하고 자유로운 삶을 지냄.. 가난했지만, 부와 권력을 추구하지 않았음.

▶ 유명 일화 : ()나라 위왕이 재상 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 그는 제사 지낼 소처럼 잘 먹이다가 결국 도살되는 것보다, 진흙탕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게 낫다며 권력을 사양.

혜자(惠子)와 친한 친구였으며, 많은 대화가 장자에 기록.

▶ 부인 사망 때 :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죽음을 자연의 변화로 받아들인 모습).

죽음 직전에도 천지를 관()으로, ··별을 장식으로 삼겠다며 화려한 장례를 거부.

장자는 정치·사회적 혼란(전국시대 전쟁과 권력 투쟁)이 극심한 시대를 살면서 현실 참여를 거부하고, 자연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함.

 

2. 장자의 주요 사상

▶ 도(道) :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변화의 원리. 말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고, 인간의 인위(人爲)를 초월.

▶ 무위자연(無爲自然) : 억지로 애쓰지 말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라. (노자와 비슷하지만 더 적극적)

▶ 제물론(齊物論) : 만물은 본질적으로 평등. 크고 작음, 아름다움과 추함, 삶과 죽음 등 모든 것은 상대적일 뿐.

▶ 호접지몽(胡蝶之夢) : 가장 유명한 이야기. “장주가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었는지 모르겠다현실과 꿈, 주관과 객관의 경계를 허무는 역설.

▶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는 것이 진짜 큰 쓸모가 있다. (: 큰 나무는 쓸모없어 베이지 않아 오래 산다)

▶ 사생초월(死生超越) : 삶과 죽음을 자연의 큰 변화로 보고,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함.

☞ 장자는 유가(공자·맹자)의 예(禮)·인(仁)·의(義) 같은 인위적 도덕과 규범을 강하게 비판 ⤑ 자유, 해방, 내면의 본성을 강조하며,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소요유(逍遙遊)” — 마음껏 노니는 경지를 추구.

 

3. 장자의 대표 저서 《장자(莊子)》

33(내편 7 + 외편 15 + 잡편 11)으로 구성.

내편 7편이 장자 본인의 저작으로 가장 신뢰받음.

당나라 때 남화진경(南華眞經)으로 불리며 도교 경전으로 격상.

문체가 시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중국 철학사상 가장 문학적인 고전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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